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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3장
여기가 아닌 어딘가
다시 어두운 방. 그들을 감싼 고요는 박엽지처럼 연약하다.
가장 내밀한 소망을 밝히는 건 왜 이루어 주기를 기대하지 않는 상대에게만 쉬울까?
애초에 사람을 정복할 영토로 보아서는 안 되는 법이었다….
에두아르도가 그토록 두려워하던 위협은 사라진다. 세계는 적정한 수준으로 평화롭고 또 위태롭다. 군대는 소멸하지 않고 열강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병력 규모를 키운다. 돌아오라는 초대는, 그리하여 그를 위태롭게 만들어도 된다는 허락은 유효하지 않게 된다.
그녀는 여전히 순간이동의 귀재다. 영혼은 늘 여기가 아닌 다른 어떤 곳을 방랑했다.
그러나 영영 정박하지 못하는 운명을 타고 났다면. 어머니들의 어머니의 역사를 그녀는 반복할 수 없다면.
불능은 차라리 달갑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. 너절한 팔을 뻗어 맞닿은 얼굴을 감싼다.
집은 집이다. 늘 그곳에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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